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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여성 활동가들의 캄보디아 비전여행 동행기

2012.09.20 14:19

충북여세연 조회 수:6434 추천:21

▲ ‘비전여행’에 참여한 시민단체 여성 활동가들이 반테이츠마르의 아이들 손을 잡고 무너진 유적과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진흙길을 걷고 있다. 현지 마을의 아이들은 활동가들이 어디를 가나 손을 잡고 함께했고, 활동가들은 어느새 가까워진 아이들을 아들, 딸이라고 불렀다.힘들어도 쉬지 않고 달려온 시민단체 여성 활동가들이 모처럼만에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여성재단(이사장 조형)이 마련한 비전여행 프로그램 ‘짧은 여행, 긴 호흡’을 통해서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신들의 도시’라 불리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탐방한 5박7일간의 일정에 동행했다.

여행 참가자들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의 5인 이하 소규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다. 시민운동에 첫발을 내디딘 20대 중반의 청년부터 20년 경력의 베테랑까지 연령과 경력도 다양하다.

대한어머니회 인천광역시연합회의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박영월씨는 단체 활동 경력만 20년차인 참가자 중 ‘왕언니’다. 총무와 사무국장직을 맡으며 10년 넘게 인천지회의 업무를 총괄하며 쉼 없이 일을 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한국에 남은 많은 일들을 떨치고 나올 걱정까지 겹쳤었다. 하지만 막상 떠나오니 이 사업이 지친 일상에 위안이 되고 피곤한 몸과 마음에 여백을 가져다주더라. 젊은 후배들과 어울리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천년 유적을 순례하다


▲ 반테이츠마르 마을 홈스테이 첫째 날 저녁식사 모습.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고 식사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현지인 여성들의 음식이 맛있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많이 걷고, 많은 비를 맞고, 많이 생각하는 여행이었다. 9세기부터 13세기에 만들어진 100여 개의 사원군으로 600㎞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있는 앙코르 유적들을 순례하듯 탐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앙코르와트는 이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원에 불과했다. 참가자들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걷다가 천년 동안 굳건히 버티고 있는 유적이나 우뚝 솟은 나무들 앞에서 절로 우두커니 멈춰 서서 깊은 사색에 잠기곤 했다. 햇볕이 쨍하고 내리쬐다가, 다음 순간이면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로 퍼붓는 악천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때로는 진흙탕을 맨발로 걷거나 내리는 비를 우산 없이 온몸으로 맞으며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 중에서도 웅장한 규모와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는 앙코르와트와, 할리우드 영화 ‘툼레이더’에서 사원의 벽을 감싸고 있는 나무 등 신비한 사원의 매력을 보여줘 유명해진 따프롬 사원, ‘앙코르의 미소’라 불리는 거대한 얼굴의 석상을 가진 바이욘 사원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여행을 기획한 트러블러스맵의 캄보디아 파트너인 현지 가이드 보타나는 옛날이야기를 하듯 불교와 힌두교의 성전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눈에는 돌덩어리에 불과해 보였던 유적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2년간 한국어를 배웠다는 그는 캄보디아의 역사, 신화, 종교, 건축양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유창하고 맛깔 나는 한국어로 들려줘 여행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켰다. 현재 캄보디아 전역에 한국어 가이드는 10명 남짓이다. 수요가 많아 일반 가이드보다 2배 이상의 임금을 받지만, 한국인 가이드들의 텃세로 현지인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보타나의 전언이다.

특히 따프롬 사원의 거대한 나무들을 현지에서는 ‘킬러트리’라고 부르는데, 그 사연이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사원에 뿌리를 내려 성장하며 건축물을 파괴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져가는 사원을 지탱하고 있는 것도 나무다. 그래서 19세기 발견된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자연에 의해 부서지고 공존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생명력 넘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홈스테이로 나누고 관계 맺기


▲ 따프롬 사원의 벽을 파고든 킬러트리 앞에서 활동가들이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앙코르의 도시인 시엠레아프(Siemreap)에서 울퉁불퉁한 진흙투성이의 비포장도로 주행 2시간을 포함해 총 5시간을 달려 도착한 반테이츠마르(Banteay Chhmar) 마을에서의 1박2일의 홈스테이도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민남순 부산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 사무부장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들이 양동이에 빗물을 받아 부지런히 항아리에 담아 나르는 모습을 보니,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는 불평이 쏙 들어가더라. 자원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됐다. 주민들의 맑은 눈과 환한 웃음에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더라”고 말했다.

홈스테이의 식사 및 공연 등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졌고, 여행자의 지출은 직접적으로 마을 수입으로 돌아간다. 2010년부터 한국의 트러블러스맵이  마을의 청년 대표들과 함께 CBT(Community-Based Tourism)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아열대기후 지역이라 새벽 일찍부터 활동하는 데다 경제 형편이 어려워 공동으로 식사하는 마을의 관습은 여행자들에게 더욱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 어둠 속에 촛불을 켜고 온 마을 주민과 여행자들이 모여 앉아 함께한 저녁식사는 차라리 잔치에 가까웠다. 마을의 주민들로 구성된 크메르 전통음악단은 서정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음악으로 여행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흥에 겨운 사람들은 이내 모두 어울려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국의 막춤을 따라하는 현지인 꼬마 아이, 캄보디아의 전통춤을 흉내 내는 우리 활동가들을 보며 모두가 웃음꽃을 터뜨린 유쾌한 시간이었다.

타인과 사회를 위한 많은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돌볼 시간이 부족했던 이들에게 일주일간의 여행이라는 특별한 선물이 주어진 것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일정 내내 참가자들과 함께한 후원처 교보생명의 다솜이지원팀 박정민씨는 “고단한 격무로 소진된 활동가들에게 휴식과 새로운 힘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 스스로 재충전하고 꿈과 비전을 재발견해 그 열정을 다시 현장에 투입하게 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knh08@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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