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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아동 인권지킴이 이명숙 변호사

2012.09.13 11:20

충북여세연 조회 수:6646 추천:17

“너무 가슴 아파 소송을 안 맡을 수가 없어요”
성매매·가정폭력·학교폭력 관련 국가 상대
‘첫’ 손배소 주도… 나영이·도가니 사건 변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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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여성·아동 인권지킴이 이명숙 변호사
“너무 가슴 아파 소송을 안 맡을 수가 없어요”
성매매·가정폭력·학교폭력 관련 국가 상대
‘첫’ 손배소 주도… 나영이·도가니 사건 변호도


▲    ©홍효식 / 여성신문 사진기자 (yesphoto@womennews.co.kr)아동 방임, 학교폭력, 아내 강간, 성매매·가정폭력 관련 국가 상대 손배소 등 여성·아동 인권 사건 중 ‘첫’이란 수식어가 붙는 소송들을 20여 년간 줄기차게 맡아서 뛰어온 이명숙(49·사진) 변호사. 최근 그가 맡은 ‘주목받는’ 소송은 영화 ‘도가니’로 더욱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 상대 손배소와, 공부 강요와 폭력에 시달려 엄마를 살해한 고교생 아들 사건이다.

“여성 변호사 10여 명이던 시절, 여성·아동 인권소송은 사명”

그는 잔혹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변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이 사건에서 그는 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국가를 상대로 성폭력 수사 2차 피해에 관한 손배소를 진행해 배상액 1300만원의 승소 판결을 2011년 이끌어냈다). 기자와 만나기 며칠 전에도 갈비가 먹고 싶다는 나영이의 소원에 따라 나영이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그는 나영이가 나주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을 알고선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하다”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의 방증인 듯 해 안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학 시절(이화여대 법학과) 고시반 특별장학생으로 4년 내내 등록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으며 학업을 마치고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데 대한 책무감, 변호사 활동 초기 여성 변호사가 10여 명 남짓한 상황(지금은 1300여 명에 이른다)에서 여성·아동 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친 것도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죠. 남들이 그런 건 판례가 없다고 주저앉을수록 나만은 새로운 판례를 내보자는 오기가 생겨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도 가장 내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것은 사각지대 열악한 환경에 처한 피해자들의 처지였어요. 너무나 마음이 아파 그들의 소송을 안 맡을 수가 없었죠.”

이런 소송들은 보통의 소송 10, 20건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그에게 요구했다. 새로운 법리해석을 이끌어내야 하고, 사회통념을 바꾸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송비용조차 낼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니 오히려 그가 비용을 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의 의뢰인 중엔 승소판결을 받은 후 “좋은 일을 하시는 데 비용으로 보태시라”고 기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해서 인화학교 사건에선 수백만원대의 비용을 들인 결과, 의미 있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한 재판부의 인정을 이끌어냈다. 통상의 재판에선 진술의 ‘일관성’이 중요하지만, 지적장애인들에겐 오히려 일관된 진술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그래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에서만 일관되면 사소한 부분의 불일치는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고교생 A군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엄마를 살해한 S군의 경우, 구치소에선 극히 이례적으로 서울대학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정신·신체 감정까지 받게 했고, 사흘에 걸쳐 어머니가 골프채로 A군의 엉덩이를 200여 대 내려쳤다는 못 믿을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스포츠학 박사까지 동원했다(A군의 엉덩이에 생긴 멍은 어머니 사후 1년 반이 넘어도 색깔이 변하지 많아 전문가들은 “구타로 피하지방에 깊숙이 멍이 들어 평생 갈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1심에선 국선 변호사에 의해 진행되다가 A군을 상담한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라 이 변호사만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탁을 받아들여 맡은 사건이다. 이후 다각도의 시도를 통해 이 사건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조금씩 변했다. 친엄마를 죽인 것도 모자라 사후 8개월간 집안에 시신을 방치한 극단적 패륜아라는 비난 속에서도 1년여의 법정 공방을 통해 “A군 역시 또 다른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8월 29일엔 여야 국회의원 15명이 A군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A군 사건은 현재 검찰이 1·2심에서 모두 15년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징역 3년~3년6월의 판결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뀔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엄마 살해한 고교생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A군은 불안한 가정환경의 최대 피해자예요. 사시 패스의 꿈이 좌절돼 도박과 술에 빠져 살던 아버지와의 결혼생활에 실패한 어머니는 극도의 대인기피증 속에 외아들의 성공에 병적으로 집착했죠. 아버지가 보내주는 매달 생활비 120만원 중 60만원은 아들에게 투자했고, 한 달 가스비가 2000원 정도였다니 그들의 생활이 어떠했으리라는 건 짐작이 가죠? 아이는 어머니에게 대들기도 하고 자살도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심한 몽둥이질이었어요. 어머니는 ‘아이 잘 키워 날 함부로 한 친정과 남편, 사회에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밤잠도 안 재우고 아이를 공부시켰죠. ‘그때 엄마가 잠만 좀 재웠더라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혼미한 상태였어요’라는 A군의 말이 가슴을 쳤어요.

A군은 우등생일 뿐 아니라 외모도 성품도 나무랄 데 없어 학교에만 가면 연예인급 인기를 모았대요.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을 벗어날 탈출구는 오로지 학교와 도서관밖에 없었는데, 정작 학교도 이웃도 그 사실을 막연히 짐작하면서도 그를 도와주지 못했어요. 호주에선 가정폭력에 의한 우발적 살인을 ‘정당방위’로 인정한다는데, 우리 재판부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요.”

그는 특히 아동·청소년이 처한 위험 사회에 대한 분노가 크다. 그 자신의 개인적 경험 때문에 사명감도 강하게 느낀다. 2000년대 중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의 사무실로 찾아 온 여성이 숨겨줄 것을 간청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이 여성을 쉼터로 연결해 주었다. 후에 이 사실을 알고 찾아온 전과 36범의 남편과 그의 감옥 동기들은 ‘가정파괴범’이라며 갖은 욕설과 협박을 했다. 여기에 꿋꿋이 견디던 그가 일순간 무너진 것은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딸 때문이었다. 그들은 두 딸의 스케줄을 훤히 꿰고서 “그러고도 에미냐, 딸 둘이 있는데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해왔다. 당시엔 용산 초등학생이 성폭행범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돼 사회가 떠들썩했던 때다. 그는 서둘러 학부모조차도 방문이 쉽지 않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외국 기숙 학교로 두 딸을 유학보냈다. 이런 연유로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이 당하는 고통을 잘 알게 됐다는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라며 웃는다. 방학 때마다 만나는 두 딸은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해 결혼이주 여성의 이혼 소송에 고군분투하는 엄마를 도와 통·번역을 도맡아 도와주곤 한다. “엄마처럼 남을 도와주고 싶어” 국제기구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큰딸은 A군 사건 등 엄마의 주요 소송 사건이 열리는 법정에 동행해 엄마를 응원하기도 한다.

아동 성폭력 사건에 일고 있는 국민의 공분, 거기에 비례해 화학적 거세 확대와 사형제 폐지 반대론까지 점점 강력해지는 처벌론이 이 성폭력 공화국의 오명을 벗기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그는 단호히 “그건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다”고 말한다.

“99명의 성폭력범 돌아다니는데 한두 명에만 극약 처방하는 꼴”

“인화학교 형사소송에 피해자 고소 대리인으로 참여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행정실장의 너무나 나쁜 죄질에 경악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10년 이상 구형될 줄 알았죠. 그런데 검찰이 7년을 구형하더군요. 재판부에 ‘형량이 너무 낮아 충격적이다. 무기징역이나 15년 이상 구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죠. 재판 후 여자 검사가 복도까지 따라 나와 ‘위에선 6년형을 구형하라고 하는 것을 거의 싸우다시피 해 1년 형량을 늘려 놓았는데, 이것도 낮은 건가요?’라고 물어올 때 정말 기막힌 심정이었어요. 후에 재판부는 12년형을 판결해 ‘이례적’이란 세간의 평을 들었지만 정말 이걸로도 부족해요.

물론 법적으론 형량이 충분히 높아요. 성폭력특별법상으론 무기징역도 가능하지만 이를 무시한 검찰의 너무 낮은 구형이 문제죠. 그래서 13세 미만 아동성폭력범의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데다가 더 심각한 문제는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신고를 안 한다는 거죠. 겨우 10% 정도 신고된 범죄에서 절반 정도는 수사 단계에서 다 사라져버리고, 나머지 절반 정도만 재판을 받는 지경이죠. 그 절반 중에서도 전자발찌나 신상공개 등 강력 처벌을 받는 사람은 1,2명에 불과한 셈이죠. 결국 성범죄자 100명 중 99명이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꼴이에요. 그러니 이 범죄자들은 ‘내가 재수 없어 걸렸다’고 생각 안 하겠어요? 모든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자료 축적과 치료, 교육, 인식 변화 등의 다양한 접근과 함께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009년부터 2년여간 인권이사, 인권위원장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법조인뿐만 아니라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된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와 박인숙 아산병원 소아과 교수,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 등 전문가 그룹을 모아 ‘청소년아동사랑위원회’(청아랑)를 만들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법률·치료·생활 지원에 이르기까지 피해 아동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운동을 전개했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한데, 이젠 전 사회적으로 청아랑 같은 운동이 필요합니다. 피해자들이 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 대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변호사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데, 무료나 다양한 형태의 도움이 의외로 많습니다.”

검찰, 무기징역 구형도 가능한데 고작 5년 안팎 구형에 그쳐

그가 대표 변호사로 운영 중인 법무법인 ‘나우리’는 여성·아동 인권 보호를 위한 소송을 전문으로 한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여성·법·권리, 당신의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쓰인 현판에 먼저 눈길이 머문다. 그렇다면 주말도 없다는 그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고 있을까.

“평일엔 자정 넘어서까지 사무실에서 일하고 토요일 아침엔 7시에 출근하곤 하니 경비 아저씨가 ‘변호사님, 이렇게 사시지 마세요. 일만 하다 죽으실래요?’라고 걱정하더라고요. 한 지인은 후에 ‘짠한 것, 일만 하다 죽은 변호사’라고 묘비명을 써주겠다고 농담하고요. 딸들도 엄마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잘 때까지 규칙적으로 듣던 엄마의 컴퓨터 자판 소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런 내게 희망이 있다면 예전보다 의식 있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고, 그래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인권 소송에 대한 나 나름의 노하우와 보람을 가르쳐줄 수 있고 공동변호인단 등을 구성해 공동전선을 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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