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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농민은 ‘농업인’이 아닌가

2012.06.05 10:30

충북여세연 조회 수:6628 추천:18

여성 농민은 ‘농업인’이 아닌가
전체 농민 중 여성이 절반… 경영주는 15.4%에 불과
여성 농민은 전체 농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농사부터 양육과 가사일, 부모 간병까지 모두 여성이 도맡고 있지만, 직접적인 복지 대상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한 전담 부서를 폐지했고, 부서는커녕 정책 전담자조차 없는 시·군 지역도 있다. 무엇보다 여성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평생 농사를 지어도 정부로부터 ‘농민’으로 인정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실이다. 유일한 ‘농민 의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윤금순 통합진보당 당선자의 사퇴로 여성 농민들의 작은 기대마저 꺾였다.

전남 무안에서 양파와 마늘 등 밭작물을 재배하는 장은이(35)씨는  셋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고스란히 다시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갓난아기는 엄마 품에서 키워야 하지만 워낙 일손이 부족하고, 사람을 부르면 10만원이나 되는 인건비도 부담되니, 수확철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죠. 첫째, 둘째도 6살, 3살이라 농기계가 많아지는 농번기 때는 기계에 다칠까봐 집에서만 놀게 하는 실정이고요.”

정부의 아이돌보미 사업이나 잠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은 그림의 떡이다. 이용 시간도 짧고, 이용 방법도 자세히 알려주는 곳이 많지 않다. 장씨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면 소재지에 있어 등·하원 시간만 차로 왕복 1시간20분이나 걸린다. 그는 “농촌에 어린애들이 많지 않으니 이 마을, 저 마을에서 아이를 데려가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1416개 읍·면 중 보육시설이 전혀 없는 지역이 전체의 30%인 426곳에 달한다(2010년 보건복지부). 또 장씨는 농사만으로는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 농사 대신 읍내 사무실로 일하러 가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 여주군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신연희(56)씨는 정부의 병가도우미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신씨는 “농협에서 병가도우미를 신청했는데 이제껏 저 말고 아무도 신청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게다가 병가도우미는 일률적으로 딱 일주일만 쓸 수 있어 오랜 기간 아픈 사람한테는 있으나마나한 제도 아니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여성은 수십 년 농사를 지어도 ‘농업인’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농지 소유와 판매액에 의한 확인 방법 없이도 농업인확인서를 통해 농업 종사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농민들은 이런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거나, 잘 관리하지도 않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전체 농가 인구는 296만2000명 중 여성은 150만6000명(50.8%)이지만, 농가를 직접 경영하는 여성은 18만 명(15.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여성이 본인 명의의 농지를 갖지 못한 채 남편 명의로 등록된 논밭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여성 농업인 육성정책이 실제 여성 농민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정책을 내놓은 후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 성별영향분석평가법이 시행되고 성인지예산제로 여성에게 정책 혜택이 가도록 한다지만, 정부에 전담 부서가 없고, 전담자도 없는 지역도 많은 상황에서는 있으나마나”라며 “지자체장의 의지와 담당 공무원의 의지에 따라서도 여성농업인센터 운영 등 여성 농민 정책에 지역차가 크다”며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식량자급률이 25%에도 못 미치고 유전자재조합식품과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관점부터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생산의 주체로서 여성 농민이 대안을 만들어내려는 노력과 함께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함께 이뤄지면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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