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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2012.09.20 14:40

충북여세연 조회 수:29636 추천:22

“여성정책은 여성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정책이죠”
“현장에서 길을 찾고 소통에서 답을 구한다”
“예산·인력 부족하지만 부처·단체와 함께 시너지 낼 것”

▲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이 25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여성단체 사무총장, 정당 여성조직 책임자, 입법부의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 여성가족부 수장이 되어 있는 김금래 장관의 커리어를 보면 마치 ‘여성운동 종합선물세트’같아 보인다. 김 장관은 취임할 때 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렀지만, 여성정책 책임자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는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장관 취임 당시 여성가족부는 게임 셧다운제 시행, 청소년 유해매체 음반 심의로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받고, 현대차 사내 하청 성희롱 사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이런 시급한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취임한 김 장관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현장에서 길을 찾고 소통에서 답을 구한다’는 것. 직원들과 승합차에 나란히 앉아 성매매피해상담소, 여성일자리센터,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 3개월간 쉼 없이 현장을 찾아다녔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장관 접견실에서 김 장관을 만났다. 첫 번째 화제는 이틀 전에 결정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성희롱 피해자 원직 복직이었다. “여성정책은 얽힌 매듭을 푸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김 장관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여성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취임 초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를 만났다고 했는데.

“지난 9월 여성가족부 청사 앞에서 현대차 성희롱 피해 여성과 처음 만나 위로하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직접 들었다. 사실 원직 복직 등 성희롱 피해자를 도울 법적 근거가 없어 직접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촉하지 않은 부처가 없고, 드러내기는 어렵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물밑 협상도 진행해왔다. 시민들의 관심과 여러분들의 노력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에 만족한다.”

피해자를 지원한 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은 “여성가족부가 사건 해결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처리해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고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너무 수동적인 자세로 임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정책 현장을 다니면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이 많고, 국민이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정책 수혜자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면 더 체감도 높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얼마 전 ‘인터넷 레스큐스쿨’에서 만난 한 학부모가 많이 생각난다.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괴로워하며 울면서 살려달라고 말하던 아이가 레스큐스쿨을 통해 달라졌다며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이 전부 구원받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 가슴도 뭉클해지더라. 여성가족부가 사람을 살리는 정책을 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 내밀면서 대한민국이 행복해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시행 중인 인터넷 중독 치유 특화 프로그램.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이 11박12일 동안 합숙 치료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정치할당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할당제는 부처가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여성가족부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여성단체들을 지원하는 식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은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뿐만 아니라 여성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선거 때 여성들을 위한 공약이 나오고 공약이 정책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민간부문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고 있다.”

-올 한 해 여성가족부가 이룬 성과는.

“성과라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재범 방지를 위한 인터넷 공개, 우편고지제도 도입을 통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확대한 점이 있다. 또 보육·교육 및 청소년 시설의 종사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전수조사도 실시하는 등 조치를 강화했다. 또 여성친화도시 확대로 지자체에서 여성정책이 도시 행정에 접목될 수 있게끔 확산됐다. 청소년 분야에서는 ‘지역사회 청소년 통합지원체계(CYS-Net)’를 확대했고, 셧다운제를 시행하는 등 청소년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내실화했다.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청소년한부모자립지원 사업 예산이 있어도 대상자 발굴이 어려워 예산이 계속 줄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또 여성가족부는 정부 업무 평가에서도 정책만족도에서는 1위지만, 민원처리만족도는 그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장관께서 보는 여성가족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여성가족부는 정무제2장관실에서 여성부, 여성가족부로 조직 변화가 많은 곳이었다. 지금도 여성정책을 추진하는 데 많은 한계와 애로점이 있어 아직도 어떤 형태가 더 효율적이고 여성을 위한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 자체가 업무 중심인 다른 부처와는 달리 여성가족부는 여성, 청소년, 가족 등 대상 중심이기도 하고. ‘여성부가 무슨 일을 했느냐’고 질타하는 분들도 계신데 여성가족부는 업무 영역이 넓은 데 비해 인력과 예산이 작아 여러 부처·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할 때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어렵지만 그럴수록 정책 하나 하나를 꼼꼼히 챙기고 발전시켜 나가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다.”

-여성정책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면 시민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곳인 만큼 시민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서로 굉장히 중요한 상호 지지 기반이다. 앞으로도 여성정책에 대한 정책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고,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도 정부 주도적인 여성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성단체와 자주 만나 정책 방향에 대한 여성계의 목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부분은 무엇인지.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전쟁 치르듯 살고 있다.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두고 여성 인력활용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갈 수 있도록 네트워킹과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하고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가족친화 사회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장관께서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잘 듣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와 경험에 의해 판단하는데 그 정보가 극히 일부분이거나 오류가 있을 때는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린 생각을 갖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논쟁을 못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약점이다.”

김 장관을 곁에서 지켜본 여성가족부 직원들은 “회의 시간에 직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놔도 주의깊게 듣는다. 격의 없고 소탈한 성격으로 직원들 기 살려주는 분”이라고 말한다. 대변인은 경청 후 판단하거나 지시를 내리지 않고 직원들 스스로 일하도록 하는 모습에서 ‘살림의 행정’을 하는 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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