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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피임 교육’은 없다

2012.09.20 14:29

충북여세연 조회 수:27049 추천:20

이성 교제를 하는 청소년이 늘면서 ‘리틀맘’을 방지하기 위한 피임 교육이 절실한데도 일선 학교에서 ‘수박 겉 핥기’ 식의 뻔한 피임 교육이 이뤄져 문제라는 지적이다. 컴퓨터만 켜면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데 학교교육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1차적인 성교육자가 부모인 선진국과 달리 가정에서 피임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10대들은 폭풍 성장하는데 학교와 가정의 피임 교육은 10〜20년 전 낡은 매뉴얼에 매여 있는 셈이다.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 이모 보건교사는 지난 겨울방학 때 제자의 전화를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예비 고3인 남학생이 옆 학교에 다니는 여자 친구의 임신 소식을 전해온 것. 이 교사는 “임신 9주차인데 ‘부모님이 알면 맞아 죽는다’며 낙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이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음지에서 어른처럼 스킨십을 한다. 어른들이 못하게 억누르면 비련의 주인공인 양 되레 사고를 친다. 학업 스트레스를 이성 교제로 푸는 아이들이 많다”며 “의사 같은 전문직 직업을 가진 부모일수록 아이가 모범생이길 바란다. 또 ‘내 자식은 안 그런다’며 근거 없는 기대심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 피임 교육은 제자리걸음이다. 입시에 밀려 피임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피임 교육이 실용적인 도움을 못 준다며 식상해하는 아이들도 많다. 보건교사들조차 피임 교육이 100점 만점에 10점에도 못 미친다고 자조할 정도다. 지난해 전국 일선 초·중·고 보건교사 배치율은 65.4%에 불과하다. 보건 교과를 채택한 중·고교가 너무 적은 데다 보건교사가 아닌 일반 과목 교사들이 성교육을 하는 실정이다.

서울 중동고 이재영 보건교사는 “공공장소에서 예절 지키기 같은 뻔하고 일방적인 피임 교육을 한다. 성적 의사 결정권을 배려하는 이성 교제 에티켓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중·고교 교육과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맞춤형 피임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중학교와 고교, 여중고와 남중고, 인문고와 특성화고, 남녀공학과 남녀 합반 등에 따른 다양하고 심도 있는 피임 교육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한성여중 정미영 보건교사는 “‘야동’에 중독돼 일주일에 두세 차례 혹은 매일 음란물을 보는 여중생들도 있다. 이들은 동성애 코드의 팬픽소설도 즐겨 본다”며 “중·고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보건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장의 인식 변화도 시급한 과제다. 피부에 와 닿는 피임 교육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는 교장들이 있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낙태율)은 14.1인 반면, 기혼 여성은 17.1이다. 지난해 15~44세 가임기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여성 1000명당 이뤄진 낙태 건수를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10대 자녀에게 먼저 피임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모와 자녀가 피임법에 대해 경험담을 토대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서울 한성여중 3학년 유소연양은 “집에서 엄마, 아빠와 단 한 번도 피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며 “성교육을 받은 경험도 없다. ‘잘 씻으라’는 말만 들었고 엄마와 생리대 얘기를 나눈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한미란 전국보건교사회장은 “인터넷 사이트가 학생들의 보건교사다. 그릇된 피임 상식을 배우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피임 교육을 받지 않으면 낙태에 대해 가볍고 무책임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살려면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피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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