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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는 신설하고 미스코리아는 폐지하라

▲ (왼쪽) 여성부 신설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한 여성신문 지면(제30호), (오른쪽) 지난 3월 열린 취임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여성신문

1989년. 그 해 5월 이철규 조선대 학생과 8월 이내창 중앙대 학생의 의문사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올림픽으로 주춤했던 민주화운동이 다시 시작됐다. 국제적으로는 베를린 장벽 붕괴됐고,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며 정치·사회·문화적으로 격변기를 맞았다. 그해, 여성신문 역시 ‘양성평등’의 구호를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동분서주했다. 창간 1년이 채 안된 시점이었지만, 여성 전담 행정부인 여성부를 창설하자는 여성계 목소리를 진지하게 담아내거나, ‘여성상품화’에 앞장섰던 미스코리아 폐지 운동에 대해 보도하며 마치 ‘노예시장’을 연상시키는 미인대회에 대한 사회의 진지한 고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성운동계 대모’의 한마디, 2001년 여성부 신설 초석 다져

올해 3월 영면한 ‘여성운동계 대모’ 박영숙 평민당 의원은 1989년 5월 열린 제146회 임시 국회에서 강영훈 국무총리에게 “여성부를 신설한 용의 없느냐”고 물었고, 이에 강 총리는 “정부는 6공출범과 함께 여성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정무 제2장관에 여성을 임명했으며 여성정책수립의 내실을 기하고 여성의 권익을 위해 법률 제도적 측면에서 매년 자체 평가를 펴고 있다.”며 “각 시도에 가정복지국을 신설했고, 여성정책심의위원회를 두고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답변, 간접적으로 여성부를 신설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여성신문은 이 기사를 (1989년 5월 26일, 제25호) 다루며, 박영숙 의원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여성신문은 이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를 쟁점 섹션에 담아냈다. 당시 ‘여성부 신설’이 야3당(민주당, 평민당, 공화당) 선거공약이었던 것을 서두로, 해외 사정을 어떤지 심층적으로 다뤘다. 1975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를 시작으로 캐나다와 프랑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부가 독립기구로 설치돼, 여성의 사회 참여 독려 등 양성평등한 사회로의 밑거름을 다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여성계에서는 1970년대부터 정부에 여성부 설치를 건의했다. 지속적으로 노력한 끝에 1983년 한국여성개발원이 설립됐고, 그해 12월 국무총리 소속의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발족했다. 1988년에는 여성정책심의원회가 국무총리산하 기구인 정무제2장관실로 개편하며, 본격적인 여성계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지만, 턱 없이 부족한 예산(1년에 10억)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기관 하나둘 생겨나면서 여성계 일각에서는 “이러다 더 중요한 ‘여성부 신설’이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성계는 여성부 신설 시기를 놓고 엇갈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1989년 6월 30일, 제30호) 여성신문은 여성부 장관을 지낸바 있는 김금래 당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과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 교수 등의 입장을 전하며, 시기를 놓고 다른 생각을 가진 여성계 인사들의 생각을 적었다. 장 교수는 “현재 제대로 여성문제가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통괄적인 여성 관련 부서가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행정부서로는 여성문제 해결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여성부 신설을 빨리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여성단체협의회는 오래 전에 여성부 신설을 건의했지만, 현재로서는 정무 제2장관실도 발족 초기로서 좀 더 두고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냈다.

여성부는 이러한 여성계의 노력으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 행정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여성부 신설이 논의된지 30년 만, 여성신문과 여성계가 목소리를 높인지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 (위) 미스코리아 대회 이미지. (아래)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신문 기사(제22호)   ©뉴시스·여성신문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 운동 자세히 다뤄
“노예시장 같은 미인대회 차버리자”

'한 나라의 장래를 크게 걱정하는 이들은 서구의 퇴폐적이고 타락한 성도덕에 의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문화 에이즈’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여성들의 정신을 좀먹어 들어가게 하고 병들게 하며 여성을 제도적으로 상품화시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절정이 이른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다.' (1989년 5월 5일, 제22호)

여성신문은 여성계에서 1980년대 초부터 주장했던 ‘미스코리아 폐지 운동’을 앞장서서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국가의 언론문화를 창달하고 올바른 비판의식을 주도해야 할 모 일간지가 그것도 ‘민중의 봄’ 오원에 이 대회를 무슨 거국적 문화행사인양 요란을 떨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처사며, 이 행사가 공공연한 ‘인신매매 현장’ 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데 뜻있는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인’이라는 말 자체가 가부장제 사회의 잔재이므로 파기돼야 한다는 의견부터, 여성의 아름다움은 남성지배 사회가 규정해 놓은 규격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미스코리아 대회’를 폐지 시켜야 하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미스코리아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여성신문은 미스서울 선발대회를 직접 취재하며, 마치 노예시장에서 노예를 고르듯, 우시장에서 소를 고르듯, 여성들을 무대에 올려놓고 요리 조리 살피며 품격검사를 하는 대회 과정을 비판했다. 또한, 미스코리아가 되면 출세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는 남자들에게 어떻게 택함을 받느냐에 운명이 결정된다는 뜻’이라며 여성들의 의식 계몽을 촉구했다.

또한, 미스코리아 대회가 우리 사회 경제적 여건으로 보아 많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미스코리아 대회 행사는 1~2만 원이나 되는 표가 매진되기 때문에, 주최 측의 돈벌이로는 안성맞춤이지만 월 10만원을 위해 12시간을 일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제공한다는 논리였다.

여성계의 합리적인 비판과 노력으로 미스코리아 대회는 2002년 지상파TV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KBS 계열사인 KBS SKY에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생중계할 움직임을 보이자, 여성계는 발 빠르게 대처하며 이를 막아냈다. (2004년 6월 11일, 제781호).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2004년 대회 부터 수영복 공개 심사 폐지 등의 성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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