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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아리 성매매업소 현장을 가다

2008.10.02 14:24

충북여세연 조회 수:23965 추천:221

2002년 1월 29일에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14명의 성매매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전북 군산시 개복동 거리는 따스한 가을볕 아래에도 을씨년스러웠다.

24분 만에 불은 진화됐으나 업소 입구가 특수 감금장치로 잠겨 있고 창문을 모두 합판으로 막아놓은 탓에 건물 안에 있던 여성들이 모두 숨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흥업소 ‘대가’ 건물은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는 단란주점과 룸살롱, 러브호텔 등이 즐비했다.

점심 때라 문을 연 곳은 없고 인근 주민들만 오가고 있었지만, 곳곳에 걸린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란 팻말은 여전히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곳은 2000년 9월 19일 화재참사를 빚은 이른바 ‘쉬파리골목’이라 불리는 대명동 거리에서 불과 1㎞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화재사건 이후 대명동에 자리잡고 있던 성매매 집결지는 자취를 감췄지만 인근 골목마다 위치한 유흥업소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화재사건으로 4년 전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 거리가 뼈아픈 상처를 딛고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10명의 작가들이 ‘개복동 예술의 거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광장 조성과 함께 거리예술제 등을 열고 있다. 작가로 참여 중인 강용면 조각가는 “이 거리가 일제강점기 때 예술인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곳이라 처음 모이게 되었다”며 “화재사건 이후 침체된 개복동 거리에 성매매 피해 여성 추모비를 세우고 관련 워크숍을 여는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NO 성구매! STOP 성매매!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반드시 폐쇄되어야 합니다!”
지난 9월 19일 조용했던 군산 시내 곳곳에 성매매 단절을 촉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전국 10여개 여성단체와 시민들로 구성된 ‘민들레순례단’이 17일 대구를 출발해 광주 송정동을 지나 군산에 도착한 것이다. ‘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와 성 구매 근절을 위한 행동’을 기치로 내건 이들은 일주일간 전국 성매매 업소를 순례하며 각 지역단체, 주민들과 성매매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논의했다.  
군산에 이어 전주, 대전, 수원, 평택을 지나 지난 22일 속칭 ‘미아리텍사스’라 불리는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에 도착한 순례단원들의 얼굴에는 참담함이 가득했다. 지난 2005년 화재사건으로 5명의 여성이 숨진 건물만 폐쇄되었을 뿐 집결지 내 다른 업소들의 불은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해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2명의 여성이 숨진 광주 송정동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에 발생한 화재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죽음 앞에서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유족들이 국가·포주·건물주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지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송은 진행 중이다.

50여 명의 순례단원들은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화재로 목숨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을 위로하는 추모제를 끝내고도 다음 행선지인 인천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무엇보다 ‘풍선효과’를 내세워 성매매특별법을 무력화하려는 언론과 법 집행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법무부와 사회지도자층을 규탄했다.

정미례 민들레순례단장은 “불법 성매매 업소 폐쇄와 업주들에 대한 처벌 강화로 성산업 수요 차단을 위한 성매매특별법의 강력한 집행 의지가 중요한 때”라며 “법은 일정한 기간에만 작동되는 것이 아니므로 전시행정식 단속을 멈추고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4주년을 맞은 지난 23일, 일주일간의 모든 일정을 마친 민들레순례단은 청계천 광장에 모여 성명을 내고 “여성들에 대한 지원 확대와 대안 제시로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를 근절해내는 데 제 역할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의론’으로 잘 알려진 철학가 ‘존 롤즈’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을 성·인종·재산 등이 어떠한 상태인지 모르는 원초적인 상태를 가정해, 가장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계층에 대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정의로운 사회”라고 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장치로 작용하려면 어떻게 강화, 보완돼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민들레순례단의 행보는 끝났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이 어떤 희망으로 되돌아올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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