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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여성의 힘으로 만드는 좋은마을

2011.08.03 12:01

충북여세연 조회 수:19589 추천: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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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지역 여성들을 만나다 | ‘토곡 좋은 엄마 모임’
마을 공동체 되살려낸 엄마들의 힘
교육 품앗이에서 도서관·카페 만들기까지
‘토곡 좋은 아빠 모임’은 든든한 후원자로

▲ 아이들 간식거리를 준비하던 ‘토곡 좋은 엄마 모임’ 회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카페 ‘소풍’에 모였다.
주형영(40)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유달리 토끼가 많이 살았다. 주씨는 토끼가 많이 살아 붙은 이름 부산시 ‘토곡동’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사 왔다. 그녀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지금은 그녀의 아들이 다니고 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토곡동에는 더 이상 토끼가 살지 않는다. 담을 맞대고 있던 집들의 정겨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토곡동의 따스한 기억들은 주형영씨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 무턱대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삶이 안타까웠다. 하나뿐인 아들과 함께 놀아줄 친구를 구해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형영씨는 2006년 1월, 마침내 일을 저지른다. 부산여성회 연제 지부로 찾아간 것이다. 그는 그 안에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다.

부산여성회 연제지부는 2005년 7월 설립됐다. 사회와 지역, 가정, 자신의 삶에서 여성들이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낯설어하는 동네 주민들과 더 친근해지기 위해 ‘부산여성회 연제지부’ 같은 딱딱한 호칭보다는 ‘토곡 좋은 엄마 모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사회변화 같은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지 않는다.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그 안에서 여성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변화하기를 희망한다.

‘토곡 좋은 엄마 모임’은 초기에는 품앗이 중심 활동이었다. 회원들 각자 갖고 있는 재능들을 기부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글 쓰는 교육을 실시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엄마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 ‘토곡 좋은 엄마 모임’은 105명의 회원이 참가한다.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학년별로 분류한 학부모 모임을 진행한다. 이름도 정겹다. 5세 이하의 엄마들은 ‘황금똥’ 모임에서, 초등 1학년 엄마들은 ‘보조가방’ 모임에서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눈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강좌는 언제나 붐빈다. 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예비 학부모 교실’을 개최하고, 아빠들과 함께 듣는 ‘성평등 가족문화 만들기’ 강좌를 진행한다. 이제 ‘토곡 좋은 아빠 모임’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야외 캠프에 참가하고, 교육을 함께 받으며 평등한 가정을 만들고 있다.

지역 내 여성 노인들을 위한 ‘토곡 은빛 여성노인학교’도 중요하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에게 ‘한글 교실’을 열어 만학의 기쁨을 전해준다. 그리고 12월에는 음식과 공연을 준비해 경로잔치를 연다. ‘어린이 벼룩시장’ ‘한여름밤의 영화제’ 그리고 ‘마을 벽화 그리기’ 등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은 행사로 빼곡하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연계해 실시하는 ‘영상 활용 교육’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다.



▲ 영화 읽기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모습.기자가 찾아간 날도 아이들 10여 명이 모여앉아 ‘벼랑 위의 포뇨’(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를 보고 있었다. 이 강의를 맡은 이승훈(32)씨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강의가 무척 재미있다”고 한다. “무엇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감과 때 묻지 않은 상상력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는 것”이 교육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 쓰는 모임은 아니다. 반전평화 두레길 걷기에 참가하고, 일제고사 반대 그리고 반값 등록금 1인 시위에 함께 한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돌리기 위해 8월 20일 개최되는 통일 골든벨 행사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그것은 이런 활동이 공동체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토곡 좋은 엄마 모임’이 두 가지 큰일을 냈다. 하나는 지난해 개관한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품앗이 교육 형태를 벗어나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싶은 열정과 공동체 놀이터를 갖게 해주고 싶은 결과다. 3500여 권의 도서를 갖고 있다. 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조은경(41)씨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어요.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책을 기부 받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큰일은 카페 ‘소풍’ 개관이다. 지난 5월 19일 문을 연 ‘소풍’은 부산시의 마을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결과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장소가 아닌, 지역 내 중소기업들이 만든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장소이기도 하다. 11개 기업(개인 기업 포함)의 물건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시민단체들의 견학 장소로도 한몫 한다.

올해 2월, 정기총회에서 주형영씨는 지부장으로 선출됐다. 그녀는 “모임이 너무 커져 회원들 간에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보다도 기존 회원과 신입 회원들 사이에 튼튼한 다리를 놓을 것”을 생각한다. 또 하나 욕심이 있다면 “토곡 좋은 엄마 모임이 친목 모임에 그치지 않고 마을 공동체 회복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는 것”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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