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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정부와 여성단체 힘 모아야

2011.09.23 13:39

충북여세연 조회 수:21778 추천:20

성인지예산제도와 젠더 거버넌스
정부와 여성단체 힘 모아야

현재 전 세계에서 성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90여개국이다.

각 나라에서 성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주도한 세력은 다양하다. 대체로 세 유형으로 나뉘는데 국가주도형, 여성단체(시민단체) 주도형, 그리고 유엔을 위시한 국제기구의 지원 등에 의해서다.

국가주도형 성인지예산제도 최초 도입한 호주

국가주도형으로 대표적인 나라는 성인지예산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호주를 들 수 있다. 호주는 1983년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여성주의 관료들의 주도하에 여성예산보고서(Women′s Budget Statement)를 출판하면서 시작됐다.

호주의 사례는 1995년 베이징대회 이후 세계 각국에서 성인지예산제도 도입을 모색할 때 중요한 전거가 됐다. 그러나 이후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성인지예산제도는 축소됐고, 이 과정에서 노동당 집권 기간 제도화로 순치되고 약화된 여성단체는 정치적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성 평등 정책 발전에 의지를 가졌을 때는 제도를 매개로 전국 차원에서 성인지예산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으나, 젠더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황에서 집권 정당의 정치적 색채가 바뀌면 성 평등 정책은 후퇴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여성단체 주도형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  1989년 여성예산단체(Women′s Budget Group: WBG)를 결성하면서 정부 예산 및 경제정책에서의 성 평등성을 높여내는 활동을 시작했다. WBG는 1997년 신노동당 집권과 함께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경제정책을 위시한 정부정책의 성인지 분석을 활성화시켰다.

여성단체 주도형 영국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09년)에 따르면, 영국은 WBG의 활동으로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여해 근로세금공제(Working Tax Credit) 정책을 변화시켰고, 2004년부터 지출평가 보고서(Spending Review)에 ‘젠더’가 하나의 주제로 포함되어 정부가 성인지 예산 분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특히 WBG는 구성원이 정부기구 종사자,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하고, 이로 인해 회원들의 활동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배경으로 의제 개발부터 예산 분석 그리고 정치적 로비에 이르기까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한다.

그러나 WBG는 신노동당과의 거버넌스를 통해서만 활동했기에 정치적 변화에 따른 대안이 부족하고, 국가 주도와는 달리 공공정책 전반에 대한 파급력이 제한적이란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의 지원하에 성인지예산제도를 발전시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4년 만델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정부정책에서 성 평등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았다.

국제기구 지원형 남아프리카공화국

1995년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예산단체(Women′s Budget Initiative: WBI)가 창립됐다. WBI는 여성 의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연합해 만들어졌으며, 국제원조기구의 지원하에 정부와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인지예산 활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군사비를 줄이고 사회복지 예산을 증가시키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는 국제기구 지원을 받는 국가들뿐 아니라, 성인지예산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각 국가의 NGO에도 주요 모델이 됐다. WBI는 21세기에 들어와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지만, 성인지예산 활동에서 젠더 거버넌스의 의미와 역할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인지예산제도는 1990년대 말부터 여성단체의 주도로 도입돼 제도화됐고, 이후 정부 주도형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성인지예산제도의 정착과 발전은 젠더 거버넌스뿐 아니라 주민참여예산제와 연계해 또 다른 발전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성인지예산제도의 발전은 여성단체가 성인지예산제도 참여와 개입을 위해 어느 정도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이를 위해 시민단체 및 정부와 협력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제 여성단체는 성인지예산제도 도입 단계와는 다른 방식과 역량으로 제도 안착과 발전을 위한 역할과 활동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있다.



1151호 [정치] (2011-09-16)
강남식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수석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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