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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돌 던지기는 문제 되는 사안이 법으로 증명된 뒤에도 충분하다

2011.09.03 01:39

충북여세연 조회 수:19530 추천:26

  




사설.칼럼
논쟁 [논쟁]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한겨레]  


등록 : 20110902 19:28                

  

» 김종배 시사평론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곽 교육감 사퇴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진보진영 안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쪽과 사퇴 거부를 지지하는 쪽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분명하지 않은 사실관계에다 차원을 달리하는 법적·도덕적 판단이 얽힌 사안인 만큼, 다양한 논점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하며 두 가지 시각의 글을 소개한다.

사퇴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의 본질은 이중잣대다
일관성·정당성을 잃음으로써
사회적 판단 잣대와 게임룰을
해체해 버리는 게 문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사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제일의 근거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는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검찰의 음험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곽 교육감이 여론재판에 올려지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로 확장된다. 형식적인 법 논리로만 보면 토 하나 달 수 없는 지극히 정당한 주장이다. 그래서 존중한다. 2억원을 전달했지만 후보 단일화 대가는 아니라는 곽 교육감의 주장에 할 말이 적지 않지만 어차피 최종판단은 법원이 내리는 것이니까 논외로 하겠다.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법보다 더 크고 더 근본적인 문제다. 곽 교육감의 정당성이다.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자신은 “법학자이자 교육자”라며 법으로부터 올바름을 배웠고, 교육으로부터 정직을 배웠다고 말이다. 이게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정당성을 잃었다.







곽 교육감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올바르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방법을 썼다. 지인을 통해 3단계에 걸쳐 2억원을 전달하는 변칙을 썼다. 그가 “법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올바름과 정직을 실천하고자 했다면 세정당국이 증여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전달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데도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 곽 교육감의 주장처럼 뜻은 선했는지 모르지만 방법은 선하지 못했다.
잃은 건 곽 교육감 개인의 정당성만이 아니다. 더불어 우리 사회 게임룰과 서울시교육청 행정의 권위 또한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사람이 목도했다. 자식 통장에 수천만원의 돈을 넣어줬다는 이유로, 결혼하는 자식에게 전셋집 얻어줬다는 이유로 인사청문회에서 난타당한 고위 공직자 후보를 숱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아무도 난타를 가하는 국회의원들을 욕하지 않았다. 그들의 난타가 엄정한 잣대에 입각해 취해지는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욕하는 게 아니라 격려했다. 비위를 저지른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을 때도 문제삼지 않았다. 공표된 피의사실에 근거한 요구였는데도 오히려 그 주장이 옳다고 여겼다. 이런 마당에 곽 교육감과 옹호세력이 ‘아무 문제 없다’고 강변하면 우리 사회의 게임룰은 어떻게 되겠는가.

수없이 들었다.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 과정에서, 취임 준비 과정에서, 나아가 취임 후에 수없이 하는 말을 들었다. “부패에 대해서만큼은 강성”이라는 말, “반부패 인권교육감으로 남고 싶다”는 말,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부패 비리는 교육행정·학교행정이 심각한 중병에 걸려 있음을 보여준다”는 말을 귀 아프게 들었다. 실제로 추진하기도 했다. 교육감 취임 한달여 만에 인사·뇌물사건에 연루된 교장·교감 등 26명의 교원을 해임·파면했다. 곽 교육감이 해임·파면한 교장·교감 중에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따라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했어야 하는데도 반부패 방침에 입각해 단호하게 징계했다. 이렇게 했던 곽 교육감이 자신의 변칙행위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서울시교육청 행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문제의 본질은 이중 잣대다. 일관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정당성마저 잃어버리는 게 문제다. 정당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사회적 판단 잣대와 게임룰을 해체해 버리는 게 문제다.

그런데도 강변한다. 곽 교육감의 ‘버티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왜 진보세력만 도덕성의 굴레를 써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보수세력은 뻔뻔하게 죄 짓고도 잘 버티는데 왜 진보세력은 멍에를 짊어져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이중 잣대를 운위하고 도덕성을 운운하는 건 순진함을 넘어 결벽증에 가깝다고 혀를 찬다.

전형적인 진영논리다. ‘너희 편’과 ‘우리 편’을 가른다는 점에서 진영논리일 뿐 아니라, 게임룰이 아니라 힘으로 싸우자는 점에서 대결논리이다. 반칙과 변칙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나마 설정한 게임룰마저 부수는 무절제한 논리다.

곽 교육감에게 고언을 드린다. 진영에 의지하지 말기 바란다. “법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오로지 정도만을 걷기 바란다. 곽노현 교육감이 걸어야 하는 정도는 ‘사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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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염결성’을 거두라


  
돌 던지기는 문제 되는 사안이
법으로 증명된 뒤에도 충분하다
지나친 염결주의는 진보세력
자신의 목을 먼저 요구할 것이다

딸이 해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통한 여인을 예수에게 데려와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예수는 “너희들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쳐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는데, 난데없이 예수의 어머니가 나서서 그 여인에게 돌을 던졌다고 한다. 성서의 패러디다.

이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로 진보세력들이 그에 대한 돌 던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진보세력이 지닌 염결성에 대한 순수한 갈망의 표출로 좋게 봐줄 수 있다. 진보세력이 지닌 도덕적 염결성은 모든 설득력의 기반이며, 상대에 대하여 도덕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득권에 대한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보세력의 목적은 자신의 이념을 현실화시킬 정권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발언은 전략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염결성이라는 기준에 스스로 얽매여, 그것이 종종 진보세력의 균열과 자멸을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책동에 사실상 영합하는 쪽으로 귀결하였다는 점이 문제다. 진보세력의 염결성은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에 너무 빨리 자아비판 모드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그들의 돌 던지기는 언제나 너무 앞서서 이루어졌고, 그들의 후회는 언제나 너무 뒤늦게 뒤따라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에 이런 일이 너무나 많았다. 진보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진보매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도 그때다.

일부 언론들의 흠집내기에 부화뇌동하여 함께 돌 던지기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염결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도덕적 염결성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구설에 휘말리는 것조차 감당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의 돌 던지기는 결국 자해의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돌 던지기를 조장하고, 돌 던지기가 들불처럼 번지면 거기에 약간의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돌 던진 이에게 되돌린다.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에 민주당에서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조선일보>는 어떻게 하였던가. 이 신문이 사설에서 비판의 칼날로 가져온 것은 진보세력의 자아비판이다. 사설은 조 후보자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민변의 원칙적인 비판과 참여연대의 부정적 논평을 가져와 ‘조 헌법재판관 후보, 적임자인지 스스로 판단할 때’라는 제목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우익 인사에게 동일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중에 곽 교육감이 사퇴를 해야 할 사안은 없다. 검찰 주변에서 찔끔찔끔 흘리는 루머 이외에 무엇이 있는가. 곽 교육감의 염결성에 의한 해명(이 역시 보수언론이 부정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에서 확실하게 확인된 범법 사실은 무엇인가. 그 의도와 대가성 사이의 관련성은 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문제다. 자신의 염결성에 기대어 확인되지도 않은 죄에다 돌을 마구 던지고 나면, 나중에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그런 경우를 보았다. 한번 아방궁이 되어 버리면 다시 되돌리는 일은 너무 힘들다. 이것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염결성에 따른 돌 던지기는 문제가 되는 사안이 법으로 증명된 뒤에 해도 충분하다. 지나친 염결주의는 진보세력 스스로의 목을 먼저 요구할 것이다. 예수가 “너희들 중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을 쳐라” 할 때, 예수의 어머니라도 참을 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바로 예수 어머니의 포용력이 필요한 때이며, 지난 신문을 들춰보며 선거 비리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검찰의 요구에 의연히 대처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교육 신념을 펼쳐나간 성실한 태도, 그를 감싸며 조용하게 지지를 표명한 보수세력과 언론의 지혜로움을 배워야 할 때다. 지금 중요한 사안을 앞에 둔 이 시점에 오히려 진보세력의 잘잘못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어떤 경우라도 도덕적 우위는 이미 선점하고 있지 않은가.

박현수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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