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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심의 ‘19금’ 해프닝

2011.09.03 01:22

충북여세연 조회 수:19596 추천:32

음반 심의 ‘19금’ 해프닝
여성가족부, ‘여성’ 되찾아라
‘패러디 놀이’ ‘폐지서명운동’도 벌어져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에 앞장서야

그동안 ‘변방 부처’ 취급을 받던 여성가족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가 최근 술·담배란 단어가 들어간 곡에 대해 애매모호한 ‘19금’ 판정을 내린 것이 이번 논란의 촉매제가 됐다. 7월 18일 이후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의 열린발언대에는 7800여 개에 달하는 의견이 쏟아졌고 한때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8월 29일 여성가족부가 중장기적으로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음반 심의를 민간기구에 이양하겠다는 개선 방안을 내놓은 뒤에도 여성가족부를 향한 네티즌들의 질타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여성가족부를 조롱하는 글들로 넘쳐난다. “급식에 버섯이 나오면 민망하니까 없애달라” “2차함수 그래프 곡선이 여성의 가슴처럼 보인다 없애달라” “이동통신사들이 광고하고 있는 4G(포지라 읽는다)망도 음란성 발음이니 없애달라”는 식이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열린발언대는 아예 네티즌들의 ‘패러디 놀이터’가 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여성부가 여성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조리퐁을 없애려 했다”는 등 헛소문이 돌면서 일부 네티즌들의 과잉반응을 부채질했다.

처음엔 애매한 음반 심의 제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던 네티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가족부 조롱을 넘어 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폐지 콘서트까지 거론하는 등 참담한 수준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다른 정부 부처가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를 때는 찾아볼 수 없는 부처 폐지론이 여성가족부에만은 필수 코스가 돼버린 듯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여성가족부를 조롱하는 글마다 ‘꼴페미’ ‘보슬아치’ 등 여성 비하 단어가 난무하고 노골적으로 여성들에게 ‘열폭’하는 ‘마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남성 네티즌들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왜곡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성가족부의 애매한 정체성이 불러온 자업자득 측면도 있다. 여성가족부 10년은 수난의 세월이다. 2001년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으나 위상은 늘 불안했다.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명돼 안착되는 듯하더니 2008년 새 정권 들어서는 조직 개편 대상으로 지목돼 폐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성계의 엄청난 지원사격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여성부는 지난해 다시 보건복지로부터 보육을 제외한 가족과 청소년 업무를 이관받아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되긴 했지만 여성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본래 취지인 양성평등보다 여성인력 개발, 여성일자리 창출, 취약가족 지원사업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편중되면서 이 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군가산점제 부활, 셧다운제 등의 논란이 일면서 여성단체나 여자대학교의 게시판에 악플을 쏟아놓아 마비 상태로 만드는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가 판을 친다. 다시 남성 우월주의 시대로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여성가족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즉 성평등부다. 이름처럼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은 ‘젠더’와 ‘성인지 정책’의 전문성에 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가족부를 보는 눈이 고울 수는 없고, 항상 폐지 논쟁은 있다. 그런 마초들의 반발을 이기면서 굳건히 지키는 힘은 명확한 ‘성평등 정책’ 부처로서의 정체성과 전문성에서 온다는 것이다. 여성계가 안간힘을 쓰며 지켜낸 여성가족부는 여성계의 여망을 잘 실현하고 여성정책을 생활 속에 확산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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