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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퍼주기만 하는 정책, 이주 여성들도 싫어해요”

2011.11.08 17:05

충북여세연 조회 수:37829 추천:36

이주 여성 정책 진단과 대안
“퍼주기만 하는 정책, 이주 여성들도 싫어해요”


▲ 10월 14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세미나실에 이주 여성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이주 여성 정책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장철영 기자
여성신문은 전문가들과 함께 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전숙자 ㈔함께우리다문화사회진흥원 총괄상임이사, 강성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야마구치 히데코 서울출입국 결혼이민자네트워크 감사, 윤영 서울출입국 결혼이민자네트워크 소속(중국), 아지벡코바 굴바르친 진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몽골), 전민하 서울출입국 결혼이민자네트워크(중국)가 10월 14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세미나실에 모여 좌담했다.

다문화지원 대상 협소하다

강성의(이하 강): 다문화 사회로 전환하며 국내 외국인들이 140만 명 가까이 사는데, 기본적인 생활 시스템 지원이 안 되고 있다.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 만들어질 때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가정만 인정하는 것에 대해 많은 반대를 했다. 법 대상자를 너무 좁게 규정해 사각지대가 많다.

전민하(이하 전민): 이주 여성으로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데 어려운 점이 굉장히 많다. 아이가 지금은 커서 밥도 혼자 챙겨 먹는 나이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키우는 엄마의 어려움은 말도 못 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 부모 엄마에게는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강: 귀화를 한 사람들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외국 국적을 가진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혼하고 위자료와 양육권을 다 받았는데도 전입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주민등록과 관련해 실질적 국적이 없으면 아이의 주소지 이전이 불가능하다. 또 엄마가 친정에 일이 있어 외국에 가려 할 때 이혼한 남편의 허락 없이는 아이를 못 데리고 간다. 공무원들이 현장조사를 통해 전·월세 계약서를 확인하거나, 통장·동장 확인으로 이주 여성과 자녀의 관계를 확인하는 등 예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주 여성들에게는 어렵고 복잡하다. 공무원들도 법을 잘 몰라 어떤 지자체는 되고 어떤 곳은 안 되는 일이 허다하다.

국적 취득 아직도 어려워

강: 이주 여성이 한국에서 살려면 국적 취득이 중요하지만 아직도 쉽지 않다. 이주 여성의 남편이 적극적으로 3000만원 이상 재산 증명을 해야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아지벡코바 굴바르친(이하 굴바르친): 한국에 온 지 12년 됐다. 아이를 셋 낳고 모국적을 유지하다가 한참 뒤 국적을 신청했는데 3년이 지나도 국적 취득이 안 됐다. 계속 소식이 없기에 전화를 해 봤더니 재정 관련 서류가 부족하다며 거래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 재정 상황을 증명하고 일주일 만에 국적을 취득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국적 취득이 용이해졌다고 하는데 말뿐이다.

윤영(이하 윤): 이주 노동자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출산을 했는데 몰라서 아이한테 비자 신청을 못해준 경우도 있다. 아이가 네 살이라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신분이 없는 상황에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더라.

강: 다문화라는 건 외국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외국인 부부가 한국에 와서 살고 있으면 자녀가 잘 크도록 지원해야 한다.

윤: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본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한국 아이들이다.

강: 국적법을 좀 바꿔보고 싶다. 아이가 무국적자인 경우 한국에서 받아주는 예외 조항을 설치했으면 한다.

윤: 국적은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한국 아이들과 비슷하게 자랄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양하고 좋은 직업 갖고 싶다

전민: 이주 여성들이 원하는 직종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전숙자(이하 전숙): 우리가 미국에 가도 커피밖에 못 판다.(웃음)

굴바르친: 모국에서 공대를 나왔는데 인정해 주지 않는다. 학력이 높은데도 농사만 짓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생애주기에 맞는 지원 필요

전민: 지금 들어오는 결혼 이민자도 중요하지만 와서 정착한 이주 여성들도 지원이 굉장히 필요하다.

굴바르친: 특히 아이들이 외국인 엄마를 무시하고 반항하는데 전문적으로 상담 받을 데가 없다. 통역도 나라별로 해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비전문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윤: 다문화 심리상담사 등 결혼이주 여성을 상담해주는 사람들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센터에 고부갈등, 양육 등을 상담하러 가는데 젊은 여자가 상담을 해주면 신뢰하기가 어렵다.

지원하다 보면 중국인만 남아

전숙: 함께우리다문화사회진흥원에서 무료 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음악교육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처음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등 5개국의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30명 중 90%가 중국 출신이었다. 중국 여성들이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중국에만 지원을 해주게 되는 것은 단체의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윤: 다른 단체에도 중국 출신이 많이 몰려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웃음)

퍼주기식 정책은 싫다

강: 5세 미만 다문화가족 자녀에게 보육비를 지원한다는 걸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 소득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지급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인과 함께 가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다문화 가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나중에는 오히려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굴바르친: 이주 여성 입장에서도 그건 좋지 않다. 한국에 오자마자 퍼주기 식의 정책을 펼치면 수혜자들은 나중에 그런 것들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다문화 교육 전 국민에 필요

굴바르친: 한국에서 오래 살면 그냥 한국인이다. 다문화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우리를 외국인 대접하느냐는 것이다.

윤: 단어는 좋은데 한국 사회 전체가 다양한 문화로 가기보다 다문화가정과 한국 사람을 대립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도, 아이들도 싫어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전숙: 다문화 사회의 이해를 강의하는데, 사실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 분석해 보면 겹치는 정책들이 정말 많다. 다문화에 대한 교육 자체가 필요하다.

윤: 차라리 국제결혼 가족 이렇게 불렀으면 좋겠다. 한국인도 포함돼야 되는데 자꾸 대립이 된다. 센터에서는 이주 여성 대상의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 외국 문화를 소개해주는 교육을 실시해 소통의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전숙: 긍정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는 다문화가 100년이 됐고 우리는 10년 정도로 정착 초기 단계다. 지금 다문화가정의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18세 정도다. 이제 군대 문제가 제기되는 단계로 가고 있다.

가족들 자유롭게 왕래했으면

윤: 외국인 가족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할 때 문제가 된다.

굴바르친: 본국의 부모가 와서 돌잔치를 보고 쉬다 가고 싶은데 비자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숙: 우리도 미국 간다 그러면 안 보내줬다. 단순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

윤: 한국 노인처럼 복지 혜택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 여성이 모시고 있겠다는데도 안 된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외동딸이 많아 어려움이 많다.

강: 복지부분이 걸려있는 문제다. 한국에 장기 체류하게 되면 가족 부양자들이 되고, 건강보험 수급자가 되는 거다.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무조건 체류가 어려운 건 불합리하다. 특히 중국 이주 여성들의 친인척 입국이  까다로운데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나서야

강: 요즘에는 네트워크가 많고,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민: 스스로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 어렵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직접 알아봐야 한다.

강: 네트워크도 중요한 자산이다.

전숙: 정책 입안자들도 이주 여성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1158호 [사회] (2011-11-04)
김희선 기자·강가람 인턴기자 (hskim307@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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