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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미혼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없나?

2011.05.24 17:00

충북여세연 조회 수:19516 추천:43

여성논단
미혼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없나?
한국의 한 여성단체 대표가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했다. 대회 일정이 끝날 무렵에는 참석자들끼리 서로 친해져서 묻기 조심스러운 질문을 할 정도가 되었다. 멕시코 여성 대표가 한국 대표에게 물었다. “자녀가 몇이나 됩니까?” 한국 대표는 웃으면서 “아, 결혼하지 않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녀가 몇 명이냐고 물었는데, 결혼하지 않았다니? 한국 대표에게 결혼하지 않았다는 말은 곧 자녀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자녀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추문거리로 간주하지 않는 멕시코 문화에서 보자면, ‘한국에서 미혼 여성은 자녀를 낳을 수 없다는 금지법이라도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일화에서 보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혼외 자녀는 상상할 수 없다. 미혼모를 금지한다는 명시적인 법조항은 물론 없다. 하지만 미혼모의 사전적인 의미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기를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성’이다. 미혼모의 정의 안에 자녀 출산은 ‘마땅히’ 결혼제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위법이라는 비난이 이미 들어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웃으로 동성애 가족 다음으로 미혼모 가족을 꼽았다.

경제 대국이라는 자부심이 팽배해 있지만, 한국 사회는 복지의 문제에 있어서는 성숙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 수출국으로 악명이 높았음에도 그 점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공식적으로 반성한 흔적은 없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미혼모 아이들, 장애아들, 고아들을 사회적인 부담이라는 이유로 싫어한다고들 한다.

사실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경제적 능력이 탁월해서 전혀 사회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혼모의 아이는 사회적인 비난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근본’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적 부담 때문이 아니라 결혼제도에 편입한 부권 중심의 ‘정상 가족’의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아이들’을 차별해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혼모의 숫자만큼 미혼부도 있었을 것이다. 남자들은 결과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추문거리에서 면죄된다. 반면 미혼모에게 우리 사회는 ‘입양할래’ 아니면 ‘낙태할래’의 양자택일을 강권한다. 그런데 낙태는 불법이다. 사회가 미혼모에게 불법을 강요한다.

모든 면에서 자신에게 불리한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겠다고 결심한 여성은 모성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지극하고 무모한 모성을 칭찬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선은 모성과 생명의 보살핌을 그처럼 강조하면서도 결혼 외의 생명에게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1135호 [오피니언] (2011-05-20)
임옥희 /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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