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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선정적 보도에 여성은 없다

2011.09.09 15:48

충북여세연 조회 수:17660 추천:19

성인지적 관점에서 바라본 뉴스
선정적 보도에 여성은 없다
여성 뉴스 드문 TV… 성역할 고정관념 재생산돼
인터뷰 대상자 전문직 남성이 전문직 여성의 2배


드라마를 보려는 엄마, 뉴스를 보려는 아빠!

이런 이분법적 구도 아래 여성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고 출생의 비밀과 음모로 얼룩진 막장 드라마에 울고 웃는다는 고정관념이 보편화돼 있다. 이 같은 고정관념이 너무 대중적이어서 “여성들이여! 사회에 관심을 가지라”고 훈계하는 정치 광고가 아직도 제작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이분법에 분노하기에는 뉴스 보도에 그다지 관심 없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현실을 살아가려면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의 변화를 알려주는 뉴스 보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필자 주변의 여성들은 뉴스에 그토록 집중하지 않는다.

정말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걸까? 혹은 뉴스 매체가 세심하고 까다로운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2008년 발행된 책 ‘여자가 기자 된다’에서는 이 같은 현실에서 주목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언론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동안 ‘언론=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이 은연중에 지배해 왔다. 그 언론이 실패했다. 따라서 한국 언론의 실패는 남성의 실패이기도 한 것이다. 폭탄주와 촌지에 절어 있던 한국 남성 기자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남성’이라는 공식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에 의뢰해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최근 실시했다. 이 중 뉴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 같은 말이 지닌 의미를 알 수 있다.

2004년 모니터링과 2011년 모니터링 결과 모두 정치 뉴스는 남성 앵커가, 문화 뉴스는 여성 앵커가 진행한다. 기자의 경우 모집단이 남성이 많아 정치나 문화 분야 모두 남성이 많다. 사회 변화에 비해 뉴스는 여전히 과거의 성 역할에 고정돼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의 전문직 여성 비율이 31.5%였고 전문직 남성은 62.9%로 2배 가까이 높았으며, 여성 앵커는 미모의 젊은 앵커가 대부분인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원숙한 외모를 갖추고 있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같다.

여성이 뉴스에 덜 친연적인 것은 이 같은 양적 문제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의 성차별적 보도 방식, 보도 내용 역시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을 미화한다. 예를 들면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나온 고학력 여성이지만 국제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와 엄마, 아내, 며느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영어강사로, 이주 여성 상담역으로 일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어떤 역경도 가족과 함께라면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관점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30대 여성 학자가 희귀종인 흰돌고래와 교감을 나누기 위해 알몸으로 북극의 찬 바다 속에 뛰어들어 화제라는 보도가 있었다. 희귀종인 흰돌고래의 생태 관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알몸으로 수영을 했다는 선정적인 기사로 초점이 변한다.

성폭력 관련 보도 등에서 나타나는 선정성과 심층성 부족도 눈에 띈다. “한 남성이 치마를 입은 여성에 몸을 밀착하더니 신체 일부를 더듬습니다. 한 남성이 혼잡을 틈타 노골적으로 여성에게 몸을 밀착시킵니다.” 직접 성추행하는 장면을 그대로 영상으로 보여주고 멘트를 하기도 한다. 영상이나 멘트가 선정적으로 흐르면 호기심을 자극해 선정적인 보도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여성이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 보도는 선정되지도, 심층적으로 그 의미가 부각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작은 뉴스지만 서울시 부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아버지 육아휴직할당제, 일명 파파쿼터제를 시행한다는 뉴스는 우리 사회의 육아문화와 저출산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례로 확장시킬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단신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해외 파파쿼터제의 현황과 영향력을 부각시키고 이와 같은 제도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보다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보도한다면 육아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리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뉴스가 잘 선정되지도, 성인지적이고도 심층적으로 보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권을 가진 결정자가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다. 2009년 방송언론계의 여성 간부(차장급 이상) 비율은 8.5%, 이 중 방송 편집권을 가진 여성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미디어 생산 시스템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뉴스는 남성 장르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경험만 누적될 뿐이고 그 결과는 역시 뉴스가 성별 고정관념 속에서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제 여성이 정치세력화되고 있고 성실하고 창의력 있는 인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를 선도하는 뉴스 매체의 변화는 곧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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