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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배려 문화 아직도 멀었다

2011.10.12 23:27

충북여세연 조회 수:19514 추천:16

임신부 배려 문화 아직도 멀었다
“만삭 임신부도 모른 척하기 일쑤”

▲ 지하철 7호선에서 지난달 30일 임신 32주째인 방주미씨가 서 있는 가운데 임신부 지정석을 비롯한 교통약자 배려석에 승객들이 앉아 있다. 방씨는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제6회 임신부의 날’ 기념식장에서 지하철 임신부석에 핑크색 도색을 해줄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 김홍지 기자만삭의 임신부인 김모씨는 지난 4일 오후 버스에서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핑크색 임신부 좌석에 앉으려고 했더니 먼저 버스에 올라탄 30대 후반 여성이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김씨는 “오늘 아침에도 50대 후반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탈 때 새치기하더니 빈 좌석도 많은데 굳이 핑크색 임신부석에 앉더라”며 “만삭의 임신부에게 임신부석은 양보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 버스기사들이 의자에 앉기도 전에 급출발해 무서워 택시를 이용할 때도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에서 ‘임신부의 날’(10월 10일)이 선포된 지 7년째를 맞았지만 임신부들은 임신부 배려 문화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입을 모은다. 프리맘(초기 임신부)이든 만삭 임신부든 배려하고 돌봐주는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아 직장과 사회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임신부들은 정부에 “임신부를 배려해주는 노력은 또 하나의 저출산 정책”이라며 “출산 장려 정책도 중요하지만 임신부 배지만이라도 시민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서러워서 눈물을 쏟는 임신부들이 많다. 지하철 노약자석은 노인 전용 좌석화됐고 임신부석은 보통 일반인이 앉는다는 것이다. 육아 포털사이트에는 “눈치가 보여 애꿎은 배를 쓰다듬는다” “산모수첩을 꺼내 무릎에 올려놓는다” “임신 8개월 여성에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임신 5개월인 내가 양보해줬다” “임신부 전용 버스를 만들어달라” 등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임신부는 “임신 6주 때 하혈을 해 힘들어서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막 화를 냈다. 임신부라고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더라”며 혀를 찼다.

직장 내 배려 문화도 초보 수준이다. 한 직장인은 “금연 빌딩인데 가끔 흡연하는 손님이 오면 ‘피우라’고 권유하는 이사가 있다. 손님이 되레 ‘임신부도 있는데 옥상 가서 피워야죠’ 하며 손사래를 친다”고 전했다. 임신 10주차인 한 워킹맘은 “회사 임원이 ‘입덧은 다 정신 문제야’ ‘요즘 아프고 쑤시지? 임신 유세야! 유세!’라고 말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임신부들은 서울시가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에게 하루 1시간의 모성보호 시간을 부여한 데 대해 이 같은 제도가 기업들로 퍼져 나가길 기대했다. 서울시가 지난 9월 말부터 전국의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에게 하루 1시간의 특별 휴가를 주면서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직장에서 임신부를 야근도 못 시키는 근로자로 대하다 보니 여성들이 임신한 사실을 말하는 데 눈치를 본다”며 “임신부에 대한 양가감정(모순감정)이 있다.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과 불편함을 동시에 주다 보니 여성들이 퇴사 압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임 부대표는 “이젠 사회적 모성이 필요한 때”라며 “아이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생각으로 임신부 배려를 당연한 윤리이자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은아 프리맘배려운동본부 회장은 특히 “유산의 70∼80%가 대부분 초기 유산인데 프리맘은 전혀 임신부 같지 않으니까 힘든 것을 주변에서 모른다”며 “프리맘만 배려해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프리맘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프리맘 퍼스트’ 운동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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