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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난 미혼모 아닌 엄마일 뿐”

2012.10.08 11:35

충북여세연 조회 수:85353 추천:23

사회는 미혼모를 낙인찍어 ‘낙오자’로 보지만
애 키우며 일하고 연애도 꿈꾸는 ‘평범한 이웃’
하지만 아이 미래 위해 ‘아빠’ 자리는 필요해

▲ 미혼모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동정’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9월 22일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서 열린 ‘나눔의 숲 캠프 파이팅 맘’ 캠프에서 컵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며 자립을 준비 중인 이슬비씨가 아들 도윤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제공우리는 흔히 아이는 있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미혼모’라고 부른다. 미혼모라는 단어에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이 담겨 있다. 어리거나, 철이 없고, 남자한테 버림받았다는 동정과 편견 말이다. 아직도 이런 편견들이 사회적 낙인으로 미혼모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이제 결혼 안 한 엄마들은 오히려 “왜 엄마, 아빠가 다 있어야만 정상적인 가족이냐”고 되물을 만큼 당당하고 건강하다.

지난 9월 21일 미혼모와 자녀 4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여성재단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상 청정원이 미혼모 가족을 위해 ‘나눔의 숲 캠프 파이팅 맘’ 캠프를 마련했다.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에서 2박3일 일정으로 마련된 캠프는 온전히 일과 육아를 도맡고 있는 미혼모들에게 일상을 떠나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사흘간 엄마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숲 속에서 오랜만에 숨통 트이는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 참가한 미혼모들은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 자녀 나이에 따라 친구가 되고,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마음이 열리자, 이내 속내도 조금씩 내비쳤다.

만3세 아들을 키우는 김영미(37·가명)씨는 아이 아빠와 7년간 연애했지만 결혼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남자의 부탁에 3000만원을 투자해 봉제공장을 세웠지만 공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둘 사이도 조금씩 멀어졌다. 그 시기 임신을 한 고씨는 남자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 자취를 감췄음에도 아이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가 백일이 지났을 무렵, 남자와 연락이 닿아 만났지만 아이를 본 그는 “나와 닮지 않았다”며 부정했다. 고씨는 “아이에게 자기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남편으로서는 관심 없지만 아이 아빠로서 나중에라도 그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아이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르는 ‘미혼모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떼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굳은 얼굴로 “우리나라는 300년이 지나도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희(32)씨는 미혼보다는 결혼 의지가 없는 ‘비혼’에 가깝다. 그는 잠시 만났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아이가 생겼지만 억지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씨는 “가치관과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도 힘든데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무모한 짓일 수 있다”며 “요즘엔 결혼해도 혼인신고를 안 하는 커플들도 많은데 수천만 원의 돈을 들여 남들 앞에서 결혼을 공표하는 것이 법정 혼인신고보다 중요한 세상이 된 것도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10년 가까이 생활한 그에게 한국 사회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이씨는 “출산을 하려고 병원에 갔을 때도 난 엄연한 성인인데도 의사는 보호자를 찾았고, 아이가 태어날 때 장에 문제가 생겨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가족 한 명 찾지 않고, 아빠가 없는 우리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에 기가 막히고 눈물만 흘려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당사자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아직 우리 사회는 엄마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돌을 던지지만, 내가 이 길을 선택했고, 미혼모 가족은 좀 더 진보된 새로운 가족형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이주미씨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애가 애를 낳았네”다. 막 두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집 앞 마트에 갈 때도 너무 어려 보이진 않는지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는 18살에 임신했다. 출산 문제로 다투던 남자 친구와 사이는 멀어졌지만 뱃속에 꼬물거리는 생명을 도저히 포기할 순 없었다. 처음엔 ‘멘털 붕괴’ 상태였지만 부모님한테 솔직히 말씀드리고 출산까지 허락을 받아 친정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가까운 친척 외에는 아이의 존재를 숨기는 부모님께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씨는 “애를 낳고 처음 몇 달간은 밖에 나가지도 않고,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았다. 특히 다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낙오자로 보는 시선이 가장 무서웠다”며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처지의 언니들을 만나면서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문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두 달 전부터 무역회사에서 일도 시작했고,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연애도 하고 있다.

모자원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이슬비(32)씨는 “미혼모로서 사는 것 자체는 크게 불편하진 않다. 아이한테는 나는 미혼모가 아닌 그저 엄마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남편의 자리에는 관심 없지만 아이에게 아빠의 자리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기적으로 아이에게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이 쉽지 않지만 베이킹을 배우고 주위의 도움으로 컵케이크 가게도 운영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와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미혼모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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