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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제적 불평등 없애야 사회 불평등 해소돼”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여성·아동미래비전자문위 운영
‘동일임금의 날’ 제정 법안 대표 발의 “이른 시일 내 통과 기대”

“양성평등 국회 실현하려면 여성 의원 비율부터 높여야…
국회 성희롱 예방교육 참석률 높일 방안도 강구”

▲ 강창희 국회의장은 “난 페미니스트”라며 “여성에 대해 특별한 편견이 없다”며 웃었다. 그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성평등 국회, 성인지 국회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 대통령 시대에 첫 입법부 수장을 맡은 강창희(67) 국회의장이 성평등 국회 만들기, ‘동일 임금의 날’ 법안 제안 등 여성 친화적 행보를 내딛고 있다. 6선인 그의 정치경력만 보면 영락없는 보수주의자지만 여성 정치인 발탁이나 최저임금법 제정에 앞장선 이력을 들여다보면 진보적 발걸음이 눈에 띈다. 제대로 된 정치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강 의장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장실에서 만났다.

“지역구 도전하는 여성 늘어야 정치가 획기적으로 달라져”

-일하는 여성들의 현안이 무엇이라고 보나.

“육아와 직장일을 함께 하면서 오는 어려움부터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의 경시, 직종 차별, 경력 단절,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 등 다양한 경제적 불평등을 겪고 있다. 매년 5월 넷째 주 고용평등 주간에 ‘동일 임금의 날(Equal Pay Day)’을 기념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여야 의원들과 함께 발의한 것은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 개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39%로 회원국 평균 성별 임금격차(1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일하는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직면하는 불평등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성별 임금격차다.”

강 의장은 “임금의 성별격차 해소는 모든 사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동일 임금의 날’ 법안에 여야 의원 125명이 참여한 것은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많은 의원들이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표 발의자로서 법안 통과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현역 의원 시절 국회 보건사회위에서 활동하면서 최저임금법을 주도적으로 발의해 입법화시킨 이력이 있다. 그는 “임금의 성별격차 해소가 의미하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동일 노동인데도 임금을 차별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특히 여성신문의 워킹맘 고통지수 조사와 관련, “대한민국 워킹맘 73.1%가 고통스러워 한다는 여성신문의 올해 조사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워킹맘의 고통지수가 올해 5점 만점에 3.33점으로 지난해보다 0.29점 높아진 것은 그만큼 일·가정 양립이 여성들에게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워킹맘이 직업적인 만족과 육아의 행복을 같이 누릴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주최로 열린 ‘19대 국회 여성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격려한 뒤 여성 의원들이 활발한 의정활동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여성·아동미래비전자문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성평등 국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성평등 국회 실현의 기초는 보다 많은 여성 의원들의 정치 진출이다. 국제의원연맹의 여성의원 비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 의원 비율은 15.7%로 지난 7월 1일 현재 186개국 중 86위에 불과하다. 국회 내 균형 있는 여론 형성을 위해 여성 의원을 늘릴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자문위 입법 제안 보고서에서 나온 ‘의정활동 여성 대표성 제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성인지 예산·결산소위원회 설치’ ‘성평등 국회 운영 규정 신설’ 등을 기초로 양성평등 국회, 성인지 국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최초의 여성 의원인 임영신, 최다선 여성 의원 기록을 가진 박순천 등 기라성 같은 여성 의원들이 많았다”며 “10대 국회까지는 여성 의원이 43명에 불과해 조직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예전보다 여성 의원이 늘곤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여성들이 정치를 하려고 적극 나서지 않아 걱정이다. 마땅한 사람이 있어 공천하고 싶어도 지역구를 꺼려 한다. 국회 입법고시에 여풍이 거세다. 합격자 절반이 여성이다.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도 여성이 강세다. 육사와 해사, 공사도 여성 수석 합격자와 수석 졸업자를 배출했다. 여성 정치인이 남성과 경쟁해서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지역구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나와야 한다. 시의원, 구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지역구에 참여해야 정치가 확 달라진다.”

강 의장은 “11대 때부터 정치인들을 수없이 봐왔다. 그런데 부정 사건에 연루된 여성 의원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며 “여성 정치인에 대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해외 순방을 다녀보면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이더라. 민주적이고 양성평등한 국가라는 인상을 갖더라”고도 했다.

“임금의 성별격차 해소처럼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이 해결된다면 여성의 정치 참여 욕구도 커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성 의원도 늘고 국회와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활성화는 정치적 의견과 시각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 국가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여성신문은 그동안 ‘의원님들, 제발 성희롱 예방교육 받으세요’ 캠페인을 펼쳐왔다. 올해 국회의원과 보좌관, 국회 직원들의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 참석률을 보니 의원은 단 6명만 출석했고 직원들의 참석률도 기대 이하더라.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된다.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에 대해 의원들과 의원들을 보좌하는 국회 공무원들의 참석률이 낮은 점은 개선돼야 한다. 의원들의 참석을 강제하는 것은 국회의장의 권한 밖의 일이지만, 국회 공무원들의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국회 사무처를 통해 강구하겠다.”

▲ 강창희(오른쪽에서 둘째)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부터 2단계 공사상황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뉴시스
“정책 국회, 준법 국회, 소통 국회로 이끌겠다”

37세 때 11대 국회 전국구 예비후보로 의원직을 승계해 정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정직한 정치인,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 내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01년 자유민주연합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국민회의 국회의원 3명을 꾸어온 소위 ‘의원 꿔주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치인에게는 오늘 살고 내일 죽는 길이 있고, 오늘 죽어서 영원히 사는 길이 있다. 나는 오늘 죽어서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며 당론에 끝까지 반대했고, 결국 제명됐다.

-미래에 필요한 우리 정치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지금은 평생교육 시대다.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석·박사를 마쳐도 재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유일하게 정치만 교육기관이 없다. 일본 마쓰시타정경숙을 두 차례 다녀왔다. 내가 정치를 그만두면 정치지도자 전문 교육기관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마쓰시타정경숙 방식으론 안 되겠고, 새로운 형태의 정치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 의장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 높아졌다. “요즘 의원들 보면 전문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원칙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원칙이 있어도 타협해야 할 때도 있다. 정치 선배든 어떤 기관이든 바른 정치인의 덕목을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요즘 선후배 간의 교류와 소통이 소원하다. 선배들의 경험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져 아쉽다. 예전에는 정치에서도 선배들의 교육이 절대적이었다. 나 역시 다선 의원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한번은 장관에게 험한 말을 한 의원에게 선배가 ‘언참(言斬)을 해선 안 된다’며 꾸짖은 적이 있다. 말로 참수해선 안 된다는 격조 있는 꾸짖음이었다. 요즘은 이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는 남은 임기 중 세 가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선 국회가 서민의 삶을 챙기고 경제 활성화와 경제 민주화를 함께 이룰 수 있는 정책국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강 의장은 “예산안 처리 등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솔선수범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는 준법 국회로 이끌겠다. 또 국회가 국민 통합과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과 함께하는 소통 국회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전고, 육군사관학교를 마쳤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육사 축구부 주장을 지냈다. 그는 “축구를 통해 삶의 철학을 배웠다”며 “육사 시절 이긴 적보다 진 적이 많았던 축구 경기를 통해 실패의 교훈을 배웠다. 패배는 고통과 좌절을 가져오지만 패배를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다”며 “축구와 정치 그리고 인생이 같은 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다보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회가 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축구선수를 하면서 ‘공이 라인을 나가는 것을 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끝까지 뛰라’고 배웠다. 축구는 열심히 하다 보면 몸에 상처가 나지만 정치는 열심히 하다 보면 마음에 상처가 난다. 정치와 인생은 가능성이 희박해도 끝까지 전력을 기울이면 기회가 온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그의 부인인 소아과 의사 이재숙씨의 내조는 잘 알려져 있다. 강 의장은 “가정생활은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큼 잘한 것이 별로 없다”며 웃었다. 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집안일에 소홀했고 워킹맘인 아내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도 아내가 다 알아서 했다. 나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잘 커준 아이들과 잘 이끌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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