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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대상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
“여자로 살면서 억울했는데 세상 참 좋아졌네요”
마트 판매사원, 택시기사, 아파트 관리인 등 직군별 맞춤 교육
성인지 관점 확산과 양성평등 위한 문화운동 역할
교육 대상 확대, 강의안 세분화 방침… 교육시간 현실화 필요

▲ 용인대 체육대학 학생 60여 명이 11월 28일 시청각실에서 배수진 변호사로부터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교육은 받아봤는데 이런 성폭력 예방교육은 처음 들었어요. 성폭력에 대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지 몰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방법이 많은 것 같아요.”(이영석·용인대 사회체육학과 3학년)

“성폭력에 대해 몰랐던 건 아닌데 강의를 듣고 나니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어요.”(송다혜·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3학년)

지난 11월 28일 오전 용인대 체육대학 시청각실에서는 올해 6월부터 의무화된 성폭력 예방교육의 일환인 ‘2013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날 강사로 나선 배수진 변호사는 6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에게 성폭력의 개념부터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가 되지 않는 방법 등 대학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성폭력 상황과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배 변호사는 “성폭력은 ‘절대 말하지 말라’는 가해자의 협박과 ‘너만 참으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다’는 가까운 사람들의 방조 때문에” 근절되기 힘들다며 “여러분이 방관하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올해 6월 19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각급 학교,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 공공기관 6만7000여 곳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됐다. 또 의무교육 대상은 아니지만 민간기업 종사자나 소상공인, 학부모 등도 20명 이상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 성폭력 예방교육 지원기관에 신청하면 무료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0월 30일 경기 성남시 구미도서관에서는 대형마트 판매사원 100여 명이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이들 대부분은 40∼60대 여성이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이권명희 여성사회교육원 교육이사는 “교육받은 여성 중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잘 못해 사건이 생겼을 때 어디에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정보를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 이번 교육은 큰 기회”라고 말했다.

단순한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이전에 자신이 겪은 일들이 ‘신고를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도 됐다. 이권 이사는 “일부 전업주부들은 경력이 단절돼 있다 비정규직으로 다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위축돼 있다”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과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휴대폰 단축 번호 1번에 성폭행 피해가 일어났을 때 신고할 수 있는 번호를 다같이 저장했다. 한 수강생은 “여자로 살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세상 참 좋아졌네요”라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에서는 9월 25일부터 사흘간 택시기사 80여 명이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 강의를 진행한 한영애 하남YWCA 부설 성폭력상담소장은 택시기사들에게 ‘지역사회의 달리는 안전지킴이’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로 40대부터 60대까지의 남성인 택시기사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은 처음엔 그리 달가운 교육이 아니었다.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같은 강의가 불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 진행될수록 호응이 높아졌고, 지역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안전지킴이로서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한 소장은 “이 교육이 바다에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작은 것 같지만 교육을 받은 분과 받지 않은 분의 차이는 크다”면서 “교육이 진행될수록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성인지 관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반겼다.

교육 시행 초기지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의안에 담긴 내용에 비해 교육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한영애 소장은 “택시 기사님들 중에는 ‘먹고살기 바쁜데 이런 걸 받아야 하나’라는 분들도 있다. 교육을 받는다고 사납금을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교육 이수에 대한 인센티브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 기존에 시행돼 오던 공공기관 성희롱 예방교육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된 대규모 강의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강사들은 수강생이 20명이면 “너무 행복한 숫자”라며 강사와 교육생이 소통하고 질문할 수 있는 소규모 강의를 희망했다.

올해 9월부터 본격적 교육이 진행된 이 사업은 12월 4일 현재 전국적으로 5만800여 명이 교육을 신청해 목표했던 5만400명을 초과 달성한 상태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예방교육 중앙지원기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탁)을 통해 생애주기별 교육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전문강사를 양성해 성폭력 예방교육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인 대상 교육에 초점을 맞춘 올해에는 공공기관, 민간기업, 지역사회(소상공인), 학부모·교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표준 강의안을 개발해 배포했다. 이후 노인과 아동, 대학생 등 교육 대상을 세분화해 교육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폭력예방교육 중앙지원센터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분들에게 찾아가는 예방교육을 통해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안전망을 구축해 가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내년부터는 교육 대상에 따라 워크숍, 간담회 등 맞춤형 교육 방식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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