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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체벌놀이’하다 성폭력에 빠지는 아이들

2011.11.08 17:00

충북여세연 조회 수:31764 추천:35

학생 간 성폭력 사건 4년간 4.3배나 급증
‘체벌놀이’하다 성폭력에 빠지는 아이들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은 1년에 1~2시간뿐
2차 피해 막는 교내 사건 처리 체계 마련해야


▲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3일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한 탁틴 성교육 버스에서 성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성의식을 심어주려면 강당에 전교생이 모여 강연을 듣는 성교육 대신 교육교구와 멀티미디어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홍지 기자
초·중·고 학생들 간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예방 교육과 가해자 재범 방지 시스템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학교 측이 사건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23일 전북 군산 경찰서에 고등학교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이 제출됐다.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 3학년 A군이 1학년생 3명을 상대로 기숙사 등에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상습적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아 온 것. 피해자 B군 등은 A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기를 드러내고 걸레를 빤 물까지 마셔야 했다. 하지만 정작 전학을 간 건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한 피해 학생이었다. 학교 측은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9월 초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A군에게 2개월간의 특별교육 징계만을 내렸을 뿐이다.

또래 성폭력 사건은 동성 간에도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춘진 의원(민주당)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2011년 6월 연도별·시도별 학생 간 성폭력 현황’을 보면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은 2006년 38건에서 2010년 166건으로 4년 만에 4.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성폭력이 ‘놀이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남자 아동들 간 놀이처럼 재미삼아 성추행을 시작했다가 이것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보다 힘이 약한 학생에게 성기를 보여달라거나 자위를 해보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신체를 노출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는 서로 신체 부위를 때리고 고통을 주는 ‘체벌놀이’와 이런 놀이를 다룬 ‘체벌소설’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음란물에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왜곡된 성 의식이 성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전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음란물을 처음 접한 나이는 11∼14세 38.8%, 14∼17세 51.6%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볼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또래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 성폭력 예방 교육은 1년에 1~2시간뿐이다. 이마저도 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과목이 없는 관계로 정확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현숙 대표는 “현재 성교육은 보건교과 내에서 5시간과 법정 교육으로 성폭력·성매매·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포함해 연간 10시간 이상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보건 과목 자체가 선택 교과이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지 않아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형식의 맞춤형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교육을 한다거나, 교실마다 설치된 TV를 통해 교육하는 등 형식적으로 하는 곳도 있다”며 “성교육이 의무교육이긴 하지만 이수를 안 하더라도 학교에 대한 법적 처벌조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흡한 사건 처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9월 서울 은평구에서 남학생들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도 피해자가 사건 발생 전에 이미 수차례 담임교사와 상담교사를 통해 상담을 했지만 학교에서는 진상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5개월 만에 사건이 알려졌고 그제야 학교도 부랴부랴 가해자들에게 등교 10일 정지라는 징계만을 내렸을 뿐이다. 가해자들은 만14세 미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형사처벌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학교는 교내 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길 꺼려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 학부모, 담당교사, 학교장 등의 입장을 조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고,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강력한 대책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회 전반적인 문화 개선을 위한 아동청소년기 성폭력 예방 교육과 가해자 교정교육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58호 [사회] (2011-11-04)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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