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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토론/낙태, 여성의 선택권이자 행복추구권이다

2011.10.12 23:53

충북여세연 조회 수:42082 추천:37

낙태, 여성의 선택권이자 행복추구권이다
낙태 시술이 음성화된다면 빈곤 계층에 더욱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태아는 임의로 제거할 수 있는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찬] 여성의 선택권이자 행복추구권

최은경 |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위원장·의학박사

한국의 낙태는 국가 주도 인구정책으로 대대적인 가족계획을 입안했던 것과 관련이 크다.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는 각종 계몽 교육과 피임 보급, 대량의 불임 시술을 도입함으로써 출산·피임의 도구로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동원했다. 실제로 낙태는 형법상 범죄이지만 실제로는 무력화돼 있었던 것도 국가 주도 저출산 장려 정책의 탓이 크다.

국가 주도 저출산 장려 정책은 여성의 자유, 혹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데올로기상 한국 사회 가부장적 성규범을 인정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미혼 여성의 출산은 용인돼서는 안 되고 제한적이나마 낙태가 묵인돼야 할 이유로 여겨왔던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겉으로 보이는 낙태의 자유와 한국 사회 여성의 지위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여성의 선택권과 한국 사회 낙태 ‘만연’과 관련짓는 것은 별다른 근거가 없다. 단적인 예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태아 성감별을 통해 여아 낙태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점이다. 여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우생학적 인종 말살이라는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태아 성감별 행위를 금지하는 행위는 효력이 별반 없다. 즉 낙태의 자유가 곧 여성의 권리 신장이라는 등식이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낙태 합법화 여부보다는 성교육의 부재, 피임법에 대한 무지, 부성애 결핍, 통합적 건강보호 체계의 미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낙태 시술 빈도를 높이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사회가 낙태에 대해 음성적으로는 허용하되, 여성의 권리와 결부시켜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 낙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어렵다.

낙태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선택이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성에 기반 한 선택이었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기본적인 사회·경제적 기본권 논의와 신장을 통해 사회정의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여성의 자율권 혹은 자기 결정권의 신장을 통해 재생산이 이뤄져야 하고 출산 여부가 숙고돼야 한다.

낙태 불법화 및 법적 금지는 이러한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존엄성에 기초한 낙태 여부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낙태가 음성화된다면 가장 먼저 안전한 낙태 시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게 된다. 당장 시급한 낙태 시술이 음성화된다면 빈곤 계층에 더욱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또한 어떤 피치 못할 사유로 낙태를 선택하게 되더라도 해당 사유를 범죄화함으로써 여성의 행복추구권과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여성을 보편적 인권을 가진 주체로 바라보고 재생산이 여성이 마땅히 향유해야 할 권리라고 한다면 현재의 낙태 불법화 및 범죄화는 이러한 여성의 권리를 온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낙태를 피치 못하게끔 만드는 사회적 조건들을 개선하는 동시에 여성 스스로 피임, 임신, 출산 등 재생산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이는 임신 중지 등 임신 과정 전반에 대한 결정권 역시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반] “생명 제거하는 권리는 없다”

김현철 |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낙태의 윤리성은 “언제부터 인간 생명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결정이 된다.

태아학의 결론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46개의 인간 염색체를 지닌 독립된 인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정된 생명은 임신부의 세포 조각이나 부산물이 아니라 오직 인간일 뿐이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크기를 키워갈 뿐이지 존재의 정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수정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인간이 아니었다가 어느 단계에서 인간으로 돌변하는 ‘혁명적 기점’이 없다. 태아가 인간인 이상 그 생명을 해치는 일을 반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낙태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할 때 항상 등장하는 주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다. 그런데 두 주제는 서로 다른 영역의 것이며, 서로 충돌할 수 없는 가치다. 여성은 전근대적인 시대처럼 남자에 비해 차등의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제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서는 적용될 수 있는 주제이지만,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는 권리까지 확대될 수는 없다.

태아는 임신부의 결정권 아래 있는 부속물이 아니다.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것도 임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출산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권리이지 임신된 아기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다. 성적 행복추구권이 있고 임신을 하지 않을 권리도 있고 임신할 권리도 있다.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손질할 권리도 있다. 손톱을 자를 것인가 기를 것인가,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쌍꺼풀을 만들 권리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성형수술 금지법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세포에 적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아는 자기 몸이 아니다. 엄마와 연결되어 엄마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임의로 제거할 수 있는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한 살짜리 아기가 엄마 젖을 물고 있다고 해서 그 아기를 엄마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뱃속 아기의 존폐 여부를 엄마가 임의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탯줄을 끊은 다음에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는 비과학적인 생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주장이다.

자녀는 자궁에 있을 때도 소중한 인간이고, 자궁을 벗어나서도 소중한 인간이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낙태를 경험한 여성의 84%가 여건이 개선되고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았다면 낙태하지 않고 아기를 낳았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고 해서 사회경제적인 문제나 여성의 인권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낙태를 하는 것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해를 끼치면 끼치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겪었다. 또한 낙태를 자유스레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여성은 성관계, 피임, 출산 또는 낙태 등 모든 책임을 자기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여성을 위해서도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은경 /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위원장·의학박사, 김현철 /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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